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팅/기록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류시화 (2)

hicetnunc_stella 2020. 9. 17. 11:22

인디아 어록1

 

안 죽었지 않은가

뭄바이에 사는 깨달은 스승 유 지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나기 위해 릭샤를 타고 갈 때였다.

속도를 줄이라는 내 거듭된 충고에도 불구하고

인도인 운전사는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결국 릭샤가 전복되고 말았다.

마침 길가 진흙밭으로 떨어져서 목숨을 건졌지만 난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래서 운전사에게 다가가 죽을뻔했지 않느냐고 소릴 지르자 운전사는 오히려 화내는 나를 나무랬다.

 

"죽을 뻔했을 뿐이지, 죽지 않았는데 왜 화를 내는 거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갖고서 분노의 감정으로 쓸데없이 자신을 괴롭히지 마시오."

 

 

저울을 준 신

동인도 캘커타 시네에서 둥근 저울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몸무게를 달아주고 1루피(30원)를 받는 직업을 가진

인도인 남자는 인생이 행복한가를 묻는 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행복의 양과 불행의 양은 같은 겁니다. 신이 내게 주지 않은 것보다 준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지요.

신은 내게 벌어먹고 살 저울을 주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난 얼마나 행운입니까.

이 저울을 주지 않았다면 우리 식구는 굶어 죽었을 거예요."

 

단순한 지혜

 

"단순한 지혜를 추구하라. 지혜에도 복잡한 지혜가 있고 단순한 지혜가 있는데, 무엇보다 단순한 지혜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깨달음에 이르는가를 연구하는 것은 복잡한 지혜지만 자신이 이미 완전한 존재임을 믿는 것은

단순한 지혜다. 단순한 것이 최고의 것이다."

북인도 러간우 출신의 큰 스승 푼자 바바는 나를 포함한 일단의 서양인 여행자들에게 그렇게 충고했다.

 

행동

 

"무엇을 하며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내가 묻자 머리를 산발한 요가 스승이 말했다.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하라."

 

 

노 프라브럼 명상법

 

인도를 여행하는 도중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이 '노 프라블럼'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닥쳐와도 그들은 노 프라블럼이라고 말한다.

돈이 없어도 노 프라블럼이고,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어도 이미 살아났으니 노 프라블럼이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대로 모든 일이 잘 진행될 텐데 왜 스스로 안달하고 초조해져서 

자신을 괴롭히냐는 것이다.

 

 

한번은 뭄바이에서 여권을 분실한 적이 있었다. 어디서 분실했는지 몰라 당황하는 나에게 

인도인들이 가장 많이 해준 충고가 '노 프라블럼' 이었다.

여권을 잃어버린 것만도 충격적인 일인데 스스로 불안한 생각을 만들어 자신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마음을 평화롭게 가지라는 것이었다.

 

노 프라블럼 명상법은 결론적으로 이것이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로 결코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누가 약속을 안 지켰는가? 노 프라블럼이다. 그 사람은 이미 그런식으로 약속을 안지키도록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을 훌륭히 해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그 배역을 당신 앞에서 해 보인 데는 분명히 어떤 교훈이 있을 것이다.

 

희랍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말했다.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난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너의 배우자는 죽었는가? 아니다. 그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뿐이다.

너의 재산과 소유물을 잃었는가? 아니다. 그것들 역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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